2024년 4월 28일

욕먹고 살기

살면서 마냥 무사하기만 하면
무슨 맛이랴.

때로는 발목도 잡히고
술자리 안주거리가 되기도 하면서
믿은 도끼에 오지게 발등이
찍혀서 아파도
험구에 대하여 변명은 안하고

마침내 어물어물 멀어지는
기미를 느끼며
서운한 내색을 감추고
지켜보는 것이 세상살이 아니겠는가.

젊어서는 못나서 욕먹고
어설프게 설치다 욕먹고
눈치 없이 입바르게 말 거들다 욕먹고
그래서 저절로 미운털이 박혀
가다가 까닭 없이도 욕먹는 일이 다반사였다.

애매하게 뒤통수를 대주고
그때그때 되받아서
갚을 때는 몰랐는데
한발 물러서서 살펴보니 알겠다.
공연한 일에 앞장서서
눈에 나는 바람에 욕을 버는 이유를.

생각해보니
나는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
눈치도 없고 요령도 없고
당길심도 부족하고
살면서 터득하는 이치에도 어둡고
도무지 딱 부러지게 아는 것이 없다.

돛대 같은 구실은 번거로워 멀리하고
잇속도 보람도 안 돌보고
물물이 엎어지고 자빠지고 저질러서
심심치 않게 욕먹는 노릇이 이골이 났다.

그러고 보면
욕먹고 살면서 나쎄나 들어서
겉멋에 빠지지 않는 오기가 남아 있으니
욕이 한편 고맙기도 하다.

이런저런 일도 다 겪은 타수에
갈불라는 생각을 거두고
노염 타지 않을 만해서
날이 가고 달이 가고 해가 멀어지고
인심도 떠나가고 욕하는 말도
안 들리면
그때는 무슨 낙이랴.

– 강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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