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가족은 4층짜리 빌라 맨 위층에서 살고 있습니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천장 위가 바로 옥상인 경우
겨울에는 더 춥고, 여름에는 더 덥습니다.
엘리베이터도 없는 건물이라 오르내리기도
수월치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맨 위층을 찾아 이사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경제적인 사정도 분명 있지만, 전에 살던 집에서
층간소음에 시달렸던 기억 때문입니다.
그렇게 이사를 하고 몇 개월이 지나,
아내가 두 아이를 데리고 친정에 며칠 가 있던 때였습니다.
휴일이라 쉬고 있는데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벌써 아내와 아이들이 돌아왔나 싶어 문을 열었더니
아래층에 사시는 노부부가 찾아온 것이었습니다.
“예, 어르신. 무슨 일이 있으신가요?”
“아, 저, 그게. 아이들이…”
“며칠 저희 아이들이 아예 집에 없어서 조용했을 텐데요.”
예전 층간소음에 시달리던 기억이 떠올랐던 저는
혹시나 우리 아이들로 인해 층간소음으로 노부부가
올라오셨을 거로 생각했습니다.
“아니, 그게 아니라. 요 며칠 애들 발소리가 안 들려서요.
혹시 어디 아픈 게 아닌가 걱정이 돼서
그만 실례를 무릅쓰고 이렇게 찾아왔어요.
아이들 괜찮나요?”
생각도 못 했습니다.
우리 집이 층간소음의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부끄러웠습니다.
세상에는 이웃을 걱정해주고 배려해 주는 사람도 있다는 것.
지금도 아이들이 집에 있을 때는 조심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끔 맛있는 반찬이 있으면 아래층 노부부에게
갖다 드리는 따뜻한 이웃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