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와 함께 있으면
어느 새 나도 하나의 자연이 됩니다.
주고받는 것 없이
다만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바람과 나무처럼
더 많은 것을 주고받음이 느껴집니다.
그대와 함께 있으면
길섶의 감나무 이파리를
사랑하게 되고
보도블럭 틈에서 피어난 제비꽃을
사랑하게 되고
허공에 징검다리를 찍고 간
새의 발자국을 사랑하게 됩니다.
수묵화 여백처럼 헐렁한 바지에
늘 몇 방울의 눈물을 간직한,
주머니에 천 원 한 장 없어도 얼굴에
그늘 한 점 없는,
그대와 함께 있으면
어느 새 나도 작은 것에 행복을 느낍니다.
그대의 소망처럼 나도,
작은 풀꽃이 되어
이 세상의 한 모퉁이에
아름답게 피고 싶습니다.
그대는 하나도 줄 것이 없다지만
나는 이미 그대에게
푸른 하늘을,
동트는 붉은 바다를 선물받았습니다.
그대가 좋습니다.
그대는 왠지 느낌이 좋습니다.
그대에게선 냄새가,
사람 냄새가 난답니다.
– 김현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