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

나를 흔들었던 건 내 안의 바람

한 곳에 가만히 뿌리내리고
진득하게 서 있고 싶은데
불어오는 바람 탓에
자꾸만 휘청거리고 넘어졌다.

태풍이 지나간 후
정신을 차리면 낯선 곳이기도 했다.

한자리에서 안정감을 바라던 나는
바람을 원먕했다.
저 바람만 불지 않으면
난 흔들릴 일이 없을텐데.

이리저리 불안하게
날아디니는 것을 반복하던 어느 때,
나는 운 좋게 바람이 불지 않고
비옥한 땅 위에 올수 있었다.

이제 내가 그동안 바라던 대로
한곳에서 안정적으로 서 있으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곳에서도 종종 흔들렸다.
바람이 불었나 싶어 고개를 돌려보면
어디에도 바람의 흔적은 없었다.

흐트러짐 없이 안정적으로 서 있는 이들 옆에서
나 혼자만 휘청 거리니 그 움직임은 크게 보였고
바람 탓을 할 수도 없었다.

그제야 난 알았다.
나를 흔들었던 건 밖에서 불어는 바람이 아니라
내 마음 안에 부는 바람이었다는 것을

그것을 알고 난
지금도 여전히 곧잘 흔들리지만
그럴 때마다 이젠 밖을 둘러보지 않고
마음 안을 살핀다.

마음에 이는 바람이 나갈 수 있게
길을 터고 기다릴 수 있는 여유와
덤덤함이 생겼다.

잠시 흔들릴지언정
내가 서 있는 곳을 지킬 수 있게 되었다.

  • 민미레터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를 발행하지 않을 것입니다. 필수 항목은 *(으)로 표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