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가두고 선 견고한 벽에
때로는 낙서처럼
슬쩍 마음을 적다 지우고
스치듯 가벼운 농담 속에
깊이 마음을 숨겨야만 합니다.
차마 바로 보지 못한
당신의 반쪽 얼굴
내게 올 어둠을
혼자 가리고 섰던
그 반쪽 얼굴에 오늘도
내 가슴 무너집니다.
당신은 가냘픈 눈매하나로
어찌 나의 한 세계를
허물었을까요..
아침이면 응답받지 못한 기도가
하얗게 깔려 조금씩
넓어지던 마당에
이제는 미움마저
들여놓을 듯 합니다.
그리움에 가만히 촛불을 켭니다.
당신만이 내 영혼을
녹일 수 있는 심지를 가졌으니
사랑이 시작되던 날,
그 아름답던 나무가
이제는 텅텅 비어
아무것도 고일 수 없지만..
내 속엔 아직도 당신이 너무 많습니다.
– 최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