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절박하고 힘이 부치는 순간에
사람에게 필요한 건
‘네가 그랬다면
뭔가 이유가 있었을 거이다’
‘너는 옳다’는 자기 존재 자체에 대한 수용이다.
‘너는 옳다’는 존재에 대한 수용을 건너뛴
객관적인 조언이나 도움은
산소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은 사람에게
요리를 해주는 불필요하고 무의미하다.
‘저 사람은 지금 내가
산소가 필요하다는걸 모르는 사람’
이라는 걸 확인시키는 인증 작업일 뿐이다.
‘네가 그러면 되느냐,
그러면 안 된다’는 류의 말들은
절박한 사람의 말귀를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의 반응이다.
나는 그런때 언제나
‘그렇구나,
다 때려치우고 싶을 만큼 지쳤구나,
다 불태워버리고 싶을 만큼 화가 나는구나.
그럴만한 일이 있었나 보구나’
라고 온 체중을 실어 말한다.
그 다음에
‘그런 말을 들게했던 그일이
구체적으로 뭔데?라고 묻는다.
그게 누구이든
어떤 상황의 하소연이든 상관없다.
‘당신이 옳다.’
온 체중을 실은 그 짧은 문장만큼
누군가를 강력하게 변화시키는 말은 세상에 또 없다.
– 정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