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한 것과 선택한 것의 간극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잃는 것만큼 얻게 된다.
잃는 것이 클수록 대단한 것을 얻을 수 있다.
이 규칙은 실패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실패한 자리에는 상처가 앉는다.
그러나 새 살이 오르듯 실패한 자리에는 삶의 철학이 싹튼다.
실패란 나에게 좀더 알맞은 기회를 주기 위해 하늘이 내린 숙련의 시간이다.
공연이 취소되었다든지 어떤 일이 잘 풀리지 않았을 때
나는 ‘좀더 두고보자’고 말한다.
열에 아홉은 그 무대를 포기한 것이 다행이다 싶을 만큼
더 좋은 공연과 더 좋은 기회를 만나기 때문이다.
애인과의 이별로 가슴 아파한다면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조금만 기다려 보라.
자신의 영혼에 더욱 흡족한 다른 애인이 나타날지도 모른다.
혹은 지금은 연애보다 다른 일에 집중해야 할 시간이라는 뜻일 수도 있다.
실수 없는 인생은 없다.
후회 없는 인생도 없다.
하지만 오늘의 건강과 지혜와 지식을 쌓는 데
그 후회와 실패마저도 밑거름이 되었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놓아버린 것에 대해 그리 안타까워할 일만도 아니다.
세상에 무엇이든 잘 할수 있는 사람은 없다.
순서대로 중요한 한가지만을 구해라.
그밖의 것들은 포기하고,놓아버리면 된다.
실패 역시 그러한 것이다.
제때 버리지 않으니 그것들이 자청해 내 곁을 떠난 것뿐이다.
포기하고,떠나고,놓아라.
가벼워진 인생의 주머니가 정말 귀한 것을 담자고 갈 길을 재촉하게 된다.
인생은 ‘그것 하나’면 족하다.
그 하나를 완성할 즈음,
실은 아무것도 포기한 것이 없음을 알고 한바탕 웃게 될지 모른다.
인생에서 버리고 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모두 쥐려고 망설이는 사이 아까운 시간만이 흐를 뿐이다.
– 홍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