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아홉 내가 넘어야 할 것은
승진, 결혼, 혹은 임신, 출산 중
하나겠거니 생각했다.
그것들이 삶의 과업이라 생각했다.
하나 내가 정작 넘어야 할 것은 겨울 아침,
이불 밖으로 발걸음을 떼는 일이었다.
두 달 내내 나가지 않았던 헬스장을
‘내일은 가야지’ 하며 실행하지 못했다.
매일 아침 울리는 알람을 끄고
이불 속에서 핸드폰이나 만지며
30분이고 한 시간이고 흘려보낸 시간.
‘가야지’ 생각하며 결국 가지 않았던 다짐들로
흘려보낸 나의 아침이 한없이 부끄러웠다.
작아지고 부끄럽다 느끼고 섰으면서도
여전히 겨울 아침 이불 밖으로 나오려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헬스장은 아직도 가지 못했다.
문자가 왔다
곧 멤버십 기간이 끝난다는 소식과 할인가를
알려주는 친절한 문자였다.
그리고 덧붙여,
사물함 물품을 한 달안으로 찾아가지 않으면
페기한다고 했다.
내일의 아침은 작아지지 않았으면.
부디 내일의 아침은 부끄럽지 않기를.
– 김경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