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여 절망이라 말하지 말자.
그대 마음의 눈 녹지 않는
그늘 한쪽을 나도 함께 아파하며
바라보고 있지만
그대여 우리가 아직도
아픔 속에만 있을 수는 없다.
슬픔만을 말하지 말자.
돌아서면 혼자 우는 그대 눈물을
우리도 알지만 머나먼 길 홀로 가는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있지 않은가.
눈물로 가는 길 피 흘리며 가야 하는 길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밤도 가고 있는지
그대도 알고 있지 않은가.
벗이여 어서 고개를 들자
머리를 흔들고 우리 서로 언 손을 잡고
다시 일어서 가자.
그대여
아직도 절망이라고만 말하지 말자.
– 도종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