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온 길도
살아갈 길도 아득한 날에는
사랑도 몸살처럼 가끔 아픔으로 온다
꽃 피는 날에 꽃잎에 쓰던 편지도
비 오던 날에 유리창에 쓰던 사연도
그 어느 것 하나 지워버리고 싶은 추억이 아니다
마음 깊은 곳에 사랑을 심어놓고
애태우며 바라보는 것은
슬퍼도 아름다운 기억이 아닐까
사랑하며 살 날도
살아가며 사랑할 날도
그리 길지 않음을 알면서도
우리는 가끔 사랑으로 아파하지만
그래도 우리 아파도 사랑해야 하고
사랑하며 아파도 사랑해야 한다
사랑은 무지개 끝에 피는 꽃이 아니라
홀로 흘리는 눈물 끝에 맺히는 간절한 바램이기에
– 김경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