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다는 것은
그렇게 슬픈 일이 아니다.
그가 사라진다고 해도
그의 세계는 그대로 남을 것이기 때문에.
나는 한동안 그가 그대로 놓고 간 세계를
이리저리 배회하게 될 것이다.
그의 물건들을 들춰보고
그의 생각의 파편들을 더듬을 것이다.
하지만 슬퍼할 필요는 없다.
사라진 것이 아니니까.
그의 세계는 나의 세계 위에 온전히 남는다.
나의 세게는 넓어지고 두터워지며
그렇게 나는 성숙해진다.
물론 우리는 다시 고독해질 것이다.
적막속에 던져질 것이며
혼자의 힘으로 현실의 횡포를
견뎌내야 할 것이다.
아무래도 세상은 녹록지 않고
내 마음 같은 걸 신경 써주는 사람은
없으니까.
그렇게 사회는 우리를 다그칠 것이다.
대중으로 남아 있으라.
세상의 다른 주인공들에게 고개 숙여라.
하지만 우리는
또 다시 화장실 세면대를 붙잡고
거울 속에서 울고있는 자신을
대면하지는 않을것이다.
가끔 다시 힘들겠지만,
그의 손을 잡고 세계의 중심이 되었던
기억이 우리를 보호할 테니까.
우리는 거울속의 젊은이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나에게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몇번의 겨울과 몇날의 밤을 보내고
다시 봄이 찾아온 어느 맑은 날,
우리는 또다시 운명처럼
새로운 세계를 조우하게될 것이다.
–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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