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이상하게도
사이가 가까워지고 친밀해질수록
자신이 원하는 걸 함구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 사이 정도면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해줄 거라고 착각한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해주어야 하는게
사랑이라고 오해한다.
현명하게 마음을 다 읽어내고
알아챘으면 좋으련만
잘 알아내질 못해서 좋았던 사이가 틀어진다.
보통 사람들이 갖기 어려운
독심술을 요구해놓고
성의가 없어서 그렇다고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이 없어서 그렇다고
마지막까지 불화의 책임을 떠넘긴다.
소원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소리내어 기도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단순한 사실을
생각이 많아서 그런지 어른이 되어서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역사상 고백하지 않고 이루어진 사랑은
어떤 문헌에도 나오지 않는다.
표현되지 않는 마음은 무효다.
하다못해 문자가 없는 시대에도
알타미라 동굴에 벽화를 그렸다.
마음을 전하려고 예술이 생겨났다.
철학자 헤겔이 우리에게 중요한 말을 남겼다.
“마음의 문을 여는 순잡이는 안쪽에만 달려있다”라고
마음의 주인이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어느 누구도 남의 마음에 들어가지 못한다.
우리는
마음의 문을 열수 있게 표현해야 한다.
-림태주 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