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

여름이 끝날무렵

또 다른 계절이 시작되면
먼저 바람이 붑니다.
계절의 덧문을 닫을 때도
바람이 먼저 불지요.

매미도 지쳐 잠든
어둠이 내린 여름밤
정자나무 밑에 앉아
바람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곧 가을이 온다는 소식
바람은 마음에도 스며들어
길섶 코스모스를 피우고
달빛 아래 그리움 한아름 놓고 갑니다.

머지 않아 빛 고운 가을이 오면
향기 깊은 차 한잔 우려 놓고
숲이 보이는 창가에 앉아
그리움과 마주하려 합니다.

쓸쓸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받아 주십시오.
그리움으로 멍이 들면
낙엽편지 한장 띄우겠습니다.

– 김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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