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

혼자 걷는 길

그냥 가면 금방인 길을
느리게 돌아서 가며
이름 모를 나무와 풀과 꽃들에게
말을 걸었다.

편안하냐고
살만하냐고

나보다 행복하냐고

잎이 나고 지는 나무야
홀로 서서 외롭지는 않니?
밟혀도 또 자라나는 풀잎아
억울하진 않니?
피면 시드는 꽃들아
세월이 너무 짧아 속상하지는 않아?

그 자리에 있는 너희는
그래도 나름의 자태로 어울려
세상을 곱게 물들이는데

난 오늘
돌아가는 길을 따라
긴 그림자만 밟고 있어

세상과 멀게
혼자 걷고 있어

– 정유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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