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

흔들린다 해도

흔들린다 해도
마구 흔들린다 해도
꺾어지지 않는 억새였음 좋겠어

흙탕물이 전신을 덮어도
마당 예쁜 집에 살지 못해도
지상에 태어난 것으로 감사한

뜨거웠다 해도
미치도록 뜨거웠다 해도
집착하지 않는 촛불 같았음 좋겠어

다시 돌아오지 못하겠지만
누군가의 가슴에 온기를 주었기에
살아있던 순간이 행복한

못내 머물고 싶어도
고혹한 저 석양처럼
가야 할 때 당당하게 갔으면 좋겠어

– 김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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